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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시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음 주의

스포일러 안 가림 다른 작품 얘기도 막 함

영화더 문
마카로니 23-08-03 00:06 64
1. 나는 오빠가 영화관 앞에 커피차 하나 대놨어야 했다고 생각해
저는 CJ 배급 한국영화를 안좋아합니다. 좋았던 적도 없는 것 같고, 기대도 안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문을 본 이유는 도경수씨가 저의 One&Only OPPA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GV 10000원 할인쿠폰을 잡았거든요. 14000원 주고는 안 봤을듯) 뭐 그리 대단히 팬질을 열렬히 한 적은 없지만, 4000원정도면 OPPA의 신작 영화를 한번쯤 볼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뭔 동태눈깔 빡빡이로 아이돌에 별 의욕 없어보였을 때는 속이 썩어문드러졌지만 군대 다녀와서 마음을 고쳐먹은 것 같더라고요. 오빠가 정신차리고 맑은 눈으로 아이돌 해주겠다면 영화 봐서 응원해드려야지 어쩌겠습니까. (제 4000원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만은 마음이 중요한거죠.)

그치만 저는 사실 도경수씨 출연 영화 중 스윙키즈밖에 안 봤어요. 왜냐면 저는 드라마랑 CJ 배급 한국영화 안좋아하고 그는 제가 안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에만 주구장창 나왔으니까요... 스윙키즈도 비행기 안에서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봤을 뿐이에요. 그만큼 도경수씨와 저는 영화 취향이 안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딱히 기대 안 하고 그냥 얼굴이나 보겠다는 마음으로 보러갔는데 진짜 취향 아니었어요. 저는 도경수씨가 검은 상자 안에 갇혀 4000원과 2시간 가량을 이 영화에 투자한 저를 위해 커피차 하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커피차냐고요? 영화 보러 가는 길에 모 인기 아이돌의 역조공 커피차를 봤거든요...

2. 웅앵웅 초키포키
한국영화가 음향 별로인 걸로 참 유명하지만 이렇게까지 대사 안 들리는 영화도 참 오랜만이네요. 더 문 전에 마지막으로 본 한국영화가 아마 킬링 로맨스같은데 킬링 로맨스는 그래도 어지간한 대사는 다 들렸거든요? 그 전이 헤어질결심일텐데 헤결은 훌륭했고요. 그런데 더 문은 하... 진짜 웅앵웅 초키포키 그 자체입니다. 우주 배경이라 안 그래도 기본적으로 환경음이 많은데 딕션도 구려~ 배경음악이랑 효과음이 사람 목소리 다 잡아먹어~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어요. 영화 보는 내내 대사가 너무 안 들려서 내용이고 뭐고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밀수가 자막이 함께 나온다는 보도를 봤는데, 제가 밀수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진짜 자막이 필요한 영화는 더 문입니다. 오프닝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서 만들었던데, 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처음부터 대사가 너무 안 들려서 '다큐멘터리처럼 만들 거면 자막도 좀 넣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3. 그냥 뭐 한국적인 영화
한국적임이란 무엇이냐... 이 영화에서는 '웅앵웅 초키포키' '안전불감증' '알탕' '작위적 신파' '최악의 여성 캐릭터 활용' 정도의 특징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더 있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뭐 열심히 곱씹고 싶지 않아요. 딱히 내일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영화라 자기 전에 빨리 리뷰 쓰고 끝내려고요.

하... 일단 영화가 너무 작위적이에요. 동료 대원들 죽는 이유? 나가지 말랬는데 굳~이 밖에 나가있다가 죽음. 한국의 안전불감증 이제 정말 고쳐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건 안전불감증의 나라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게으른 플롯이라고요. 게다가 여기에 신파를 얹어서, 밖에 있던 동료 대원들은 안에 있는 사람한테 죽어라 꼽주더니 죽기 전에 갑자기 '명령이다... 살아라.' 이러고 자빠짐. 산소 15초 분량 남았다는데 2분은 말한것같음. 유성우가 빗발치는데 마법같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만 떨어짐. 재미도 감동도 없는데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 화면에 자꾸 띄움. 절차와 공권력 개나 준 영화적 허용. 뭐 얘기하자면 많은데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대사도 개구리고요. 제가 좀 지성을 갖추고 문장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리뷰란에는 최대한 정제된 문장을 쓰려고 하는데요.... 아 몰라 리뷰 대충 쓸래요 그냥 한국영화가 정말 별로다 나는

4. 여성 캐릭터 활용 이게 최선입니까
진짜 욕을 빼고 이 단락을 쓸 수가 없다. 이 영화는 PC주의가 영화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뭇 남성들에게 화답하듯 여성 캐릭터 활용이 정말 최악입니다. 김희애를 캐스팅해놓고 이게 최선인가 싶었어요.

일단 이 알탕영화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여성은 단 두 명입니다. 그런데 한 명은 나사에서 일할 만큼 유능하지만 전남편 부탁 듣고 정에 이끌려 냅다 보안 유출을 해버려서 해고당하고요, 나머지 한 명은 그냥 젊고 예쁘고 활기찬 여자 역할일 뿐인 것 같아요. 전자는 각본가가 직장생활이라는 걸 해보긴 한 건가? 오피스물만 보고 산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행동 양식이 너무 얄팍해서 놀랐고요, 후자는.... 그 캐릭터가 젊은 여성이어야 할 이유를 전혀 못 찾았습니다. 심지어 영화의 톤에 안 맞게 혼자서 너무 발랄하고 시끄러워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 영화에서 제일 구린 캐릭터예요. 캐릭터 조형도 납작하고, 뜬금없이 공감능력 결여된 것 같은 대사를 하지 않나...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캐릭터를 굳이 끼워넣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없어도 영화 진행에 전혀 문제 없는 캐릭터거든요. 그냥 중년남성과 젊은여성 페어를 어떻게든 넣고싶어서 억지로 만들어낸 캐릭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별로였어요. 나름 주인공 파티한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럼 뭐 합니까. 남성 캐릭터들이 들을 생각도 안 하는데... 여자 말이라면 일단 중요하지 않은 걸로 치부하는 한국남성을 표현했다면 리얼리즘은 인정할게요.

5. 나는 한국영화가 정말 별로다
대충 훑어보고 왔는데 평론가 평도 그닥이네요. '예측 가능하게 반복되는 갈등-해결 무한루프'라는 평이 있던데,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갈등-해결-갈등-해결-갈등-해결..... 하다 영화가 끝나요. 갈등이 너무 얄팍해서 그냥 갑갑하고 짜증나고... 우주 배경 재난영화면 당연히 우주에서 온갖 사건을 겪다가 지구로 돌아오겠죠. 근데 그 과정이 너무 뻔하고 재미없고 신파고... 아 몰라 이 영화에 대해 뭐 생각을 정리하고 어쩌고 하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리뷰는 여기서 끝낼게요 막 보고 나왔을 때는 이 정도로 짜증나지는 않았는데 진짜 취향 아니었어서 리뷰 쓰다보니까 열받네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한국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기어들어가서.... 밀수나 볼걸
여튼 한국 신파 좋아하시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르고요 저는 극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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