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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시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음 주의

스포일러 안 가림 다른 작품 얘기도 막 함

만화강가의 이수
마카로니 23-07-11 09:08 63
1. 뭐 이런 개막장이 다 있어
사실 별로 할 말은 없는데요... 21세기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상업BL의 모든 문제가 여기 집약되어 있는 것 같아서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왜 이 웹툰을 덜컥 소장으로 사버렸을까요? 아 열받아 아 내 돈
갠홈에서 만화 리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억울해서 여기서라도 취향존중 안 하는 나쁜말 해야겠습니다. 불호 후기입니다....

2. 진심으로 이런 게 좋으세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대충 트위터 영업만 보고 냅다 전권 구매 한 제가 잘못이지... 그런데 이런 작품을 양지로 끌어올려서 영업하는 사람도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이런 작품을 거짓말로 먹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들어 음지에서만 있어야 할 취향이 아무렇지 않게 양지에 떡하니 놓여 있는 광경을 자주 보는데 이거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최근 본 작품 중 '밀랍인형학원폭렬가'가 꽤 수위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 본 소설에는 신체와 관련된 저속한 표현이 다수 등장하며 강도 높은 폭력, 욕설, 합의되지 않은 관계, 혐오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니 미리보기를 꼭 확인 후 구매 바랍니다.) 이런 경고 넣어주거든요?? 그리고 작중에서 확실히 '합의되지 않은 위력에 의한 성관계'라는 표현을 해 줘서 그렇게까지 역하지는 않아요. 근데 강가의 이수는 뭐야?? 강가의 이수도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에 대한 경고 정도는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등장인물이 강간을 강간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해서 강간이 아니게 되는 게 아니지요?????

차라리 아예 합의하지 않은/강압적인 성관계를 노린 거면 저도 최고로 잘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픽션에서는 맛있는 포인트가 되는 거 저도 알아요. 근데 이런 성관계를 자연스러운 관계 발전의 과정인 척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심지어 딱히 로맨스도 아니고.. 차라리 파트너가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아요. 근데 그 과정도 진짜 하나도 마음이 안 동해요. 꾸금을 위해 모럴을 버렸으면 야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어느 방면에서나 설득력이 없어서 그냥 불쾌한 저만 남습니다.

전체적으로 남자가 만든 남성향 BL이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당사자성 없는 제가 이런 식으로 표현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 퀴어 당사자인 남자 작가들이 그린 퀴어 웹툰의 느낌이 납니다. 제가 뭐라고 말을 많이 얹지는 못하겠는데 어쨌든 여성향의 모럴과 남성향의 모럴은 다른 궤도에 있다는 감상이에요. 아 모르겠다 그냥 빻았어요. 그냥 빻았고 깊이감도 뭣도 없는 그냥 꾸금만을 위한 빻남성향이에요!!!!!!!!

3. 중년도 중년 나름이지
이 웹툰 영업하는 트윗에서 제가 혹했던 셀링포인트는 '리얼한 가부장 중년 타입'이 코믹하게 등장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리얼해도 너무 리얼해요. 내가 픽션적 가부장 보고싶댔지 누가 진짜 쌍도남 달랬어?? 탐라에 중년 좋아하시는 분 많지만 이런 중년까지 드실 분은 거의 없을걸요?? 얼굴은 다르지만 그런 남자는 현관문 열고 나가면 길바닥에 널렸잖아요 ㅅㅂ 진짜 욕을 빼고 글을 쓸 수가 없다

주인수 입을 빌려서 외관은 혹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기는 하는데 그냥 너무 리얼한 쌍도남이라 어디서 매력을 찾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 픽션이면 미화가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우리네 아버지(negative) 그자체입니다. 한녀가 이런 타입 등장인물한테 매력 착즙하기도 힘들 것 같아요;

중간중간 웃긴 포인트가 없진 않은데... 이젠 그런 개그포인트도 그냥 저질 남성향으로 느껴져요. 세상엔 산뜻하고 더 웃긴 작품도 더 많습니다. 당신의 돈과 시간과 뇌 용량을 아끼세요.

4. 대한민국 상업비엘의 미래가 존나게 어둡다
보통 원작 소설이 있는 각색 웹툰의 전개가 아쉬우면 '각색하느라 내용을 쳐내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구나' 생각하는 편인데요, 이건 그냥 원작부터 글러먹은 것 같아요. 이 전개는 스토리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생겨먹은 세계인 게 틀림없어요. 소설판 리뷰를 좀 훑어봤는데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느 분야나 레드오션이 되면 비슷한 양상을 보이겠지만, 웹툰과 웹소설이 돈이 되는 산업이 된 시점부터 깊이감 없는 뽕빨물이 범람하는 것 같아요. 제가 BL밖에 안 봐서 BL에 한정해 얘기하겠지만, 다른 장르라고 딱히 사정이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웹소설 강의를 들을 때 웹소설에서는 유행하는 소재를 잘 조합해서 트렌드에 맞추되 자신만의 요소를 하나 넣어서 색다르게 만드는 것이 흥행에 중요한 요소라는 내용을 들었거든요. 물론 그 교수님만의 견해일 수도 있지만 상업비엘 작품의 양상을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필연적으로 명작 1개에 아류작이 100개쯤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아류작이 다 '나만의 무엇'을 넣겠답시고 무리수를 두는.... 하....

아류든 아니든 연재 작품을 꾸금으로 팔아먹으려면 씬도 적당히 나와줘야 하겠고요. 요새 컨텐츠는 빌드업을 오래 하기 힘드니 초반에 일단 일을 쳐야 하는데 당연히 첫만남에 성관계를 할 당위성이 별로 없으니 원나잇이나 합의 없는 성관계 둘 중 하나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두 사례가 아니면, 현실이었다면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가볍게 한 번 해 버리고 마는 거고요. 보통 이런 식으로 꾸금을 보기 위한 꾸금이 되면 뽕빨물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이런 얄팍한 개연성을 가진 작품들이 그냥 뽕빨물이라는 장르로 존재하면 괜찮은데, 요새 컨텐츠는 거의 다 이런 식이라 작품을 고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피곤합니다. 뽕빨물을 좋아하는 거랑 세상 모든 작품이 뽕빨물이어도 괜찮은 건 한참 다른 얘기잖아요.

이유야 어쨌든 글을 쓰겠다고 문학 관련 학과에 입학했으니 올해 들어서는 리디에서 이런저런 작품들을 스터디의 일환으로 접해 보려고 하고 있는데, 나름 골라 읽고 있는데도 잡는 작품의 대부분이 개연성이 아쉬워서 슬슬 김이 새는 참이었거든요. 강가의 이수가 그런 실망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건 뭐 '이게 의자구나' 하는 이세계물도 아니고... 여자가 좋아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쓴 남자'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강가의 이수 등장인물들이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윤리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고찰했으면 좋겠고요. 개인이 이런 이야기를 쓰는 건 별개지만 역시 영업트윗을 타고 양지로 나오면 안 되는 작품이라는 것이 저의 총평입니다. 쓰다 보니 리디에서 뽕빨물이 아닌 개연성 있는 명작을 추구하는 제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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