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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시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음 주의

스포일러 안 가림 다른 작품 얘기도 막 함

영화몸 값
마카로니 23-07-10 13:57 44
1. 이 영화를 보고 속이 안좋아졌습니다
봐야지 봐야지 미루다 BEAU 본 김에 오늘을 단편영화의 점심으로 정하고 내친김에 봤습니다. 그리고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속이 안 좋아졌어요. 저도 어디 가서 하남자 롤플 못한다는 소리 듣는 사람 아닌데 너무너무 토종 남자가 나와서 몇 번 멈추고 봤네요... 이렇게 리얼한 토종 하남자 대본은 또 간만에 보는 것 같아요. 최근에 본 한국 작품 중엔 남자사용설명서 남자주인공이 제법 하남자긴 한데 결이 달라요. 남사설의 하남자가 '어우~ 뭐야~' 싶은 조롱의 대상이라면 몸값의 하남자는 그냥 상종도 하기 싫은 역겨운 남자입니다.

이렇게까지 고증이 잘 된 하이퍼-리얼리즘-하남자를 보면 대본을 어떤 성별이 썼는지 늘 궁금해하는 편인데, 이렇게까지 토종 남자가 잘 묘사된 대본은 오히려 남자가 썼다고 하면 놀라워지는 것 같아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추함을 이렇게까지 가감없이 세상에 내보낼 수 있다니? 대단한 객관성이에요. 저는 객관성이야말로 남자가 가지기 힘든 특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네 저 남자 싫어해요 다들 아시죠?) 근데 사실 결말을 보면 '나 같은 남자'는 '그런 남자'와는 다르다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2. 홍상수로 시작해 박찬욱으로 끝났다
라는 리뷰를 봤는데...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옹그쌍쑤 영화 한 편도 본 적 없지만 대충 뜬구름잡는 개저라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박찬욱같다는 얘기는 여자가 남자를 단죄함+약간 잔인하고 기괴함 두 속성 때문에 나온 것 같고요. 저것만으로 박찬욱이 튀어나오다니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부정할 수도 없군요...

사실 '반전이 놀랍다' 류의 리뷰를 너무 봐서 그런가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이 제목 이 내용에 반전이 있으면 이런 얘기겠지' 상상한 그대로였습니다. 그래도 반전이 시작되는 후반부의 화면 연출은 좋았다네요. 멋진 롱테이크였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미장센을 좋아해서 즐겁게 봤습니다.

영화 자체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별점은 짜게 줬습니다. (영화 자체 만듦새는 단편영화 중에서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요,저의 왓챠 별점 기준은 '비슷한 작품 보고 싶냐'이므로...) 저는 죽어도 싼 등장인물이 단순하게 배드 엔딩을 맞는 얘기는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얄팍한 인간이 그냥 다른 범죄에 휘말릴 뿐인 게 뭐가 좋나 싶어요. 21세기의 '참교육' 정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여튼 이건 사이다도 뭣도 아니다! 뭐... 단편영화니만큼 사건의 층위를 단순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앞뒤로 다른 이야기들이 붙으면 그 또한 사족일 것 같긴 해요. 더할 것도 없고 덜 것도 없는 꽉 닫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후속작은 안 봐도 될듯
영화가 잘 됐는지, 후속작이 두 종류나 있더라고요? 드라마랑, 드라마 기반 영화... 그런데 갑자기 재난물을 버무려서?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을 극한상황에 몰아넣고 생존하게 하는 이야기라는 걸 생각하면 오징어게임 생각도 나네요. 시놉시스를 봐도 화별 줄거리를 봐도 원안에서 너무 멀리 간 것 같아요. 안 봐도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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