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노비가미진행하는 과거완료
마카로니 24-07-05 00:19 54
미노리 사다오는 그들의 두 번째 키스를 회상한다. 서툰 첫 번째 키스를 했던 두 사람은 이제 미숙함을 흉내낼 수조차 없다. 사다오는 그들의 첫 번째 키스가 그랬듯 두 번째 키스 또한 다시는 할 수 없는 것이라 단정지었었다. 사다오와 세이시로의 두 번째 키스는 연인에게 퍼붓기에는 지나치게 난폭했다. 사다오도 인정한다. 그때는 의도적으로 알고 있는 것 중 최악의 방식을 골랐다. 턱이 억센 손에 붙잡혀 들어올려지고 그 탓에 뒷목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끔찍한 것을 견디듯 두 눈을 질끈 감고서 사다오를 감내하던 세이시로를 생각한다. 그때는 어떻게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이긴 것처럼 즐거울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다오는 이제는 어떻게 해도 그 감정을 다시 느끼지는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사다오는 세이시로를 피하려는 것처럼 내내 걷다 불현듯 돌아서서 큰 보폭으로 세이시로에게 다가갔다. 요동치는 시야에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은 희미하게나마 내비치는 세이시로가 들어온다. 풍경은 흔들리는데 세이시로만이 선명하다. 사다오는 그들의 두 번째 키스가 그랬던 것처럼 세이시로의 양뺨을 한 손으로 잡아 눌렀다. 세이시로는 억지로 입이 벌려진 채 일방적으로 사다오를 받아내고 있다. 사다오는 세이시로가 사다오의 뜻에 따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못하도록 세이시로를 내내 붙들어놓았다. 사다오의 입술만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이것도 사랑이랍시고 어떻게든 맞춰주려는 입 안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사다오가 눈을 뜨고 있는 동안 감긴 세이시로의 눈에서는 눈물이 반짝이며 새어나온다. 사다오를 잡고 싶어하는 두 손은 차마 옷자락조차 잡지 못하고 가슴팍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입술 옆을 누르고 있는 엄지에 눈물이 닿았을 때 사다오는 그 눈물을 닦는 대신 손을 뗐다. 눈꺼풀 안에 고인 눈물을 마저 떨어뜨리며 눈을 뜬 세이시로가 본 것은 사다오의 찡그린 얼굴이다. 사다오는 도저히 두 번은 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한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고개를 두어 번 젓고는 다시 세이시로에게 등을 돌렸다. 적셔놓은 입술을 훔쳐주지도 않았다. 세이시로는 그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든 순응하겠다는 것처럼 젖은 얼굴로 사다오의 뒤를 따랐다.

내가 이 남자를 산산조각냈다. 나는 당신의 것이니 몇 번이고 마음대로 부러뜨려도 좋다는 고백은 차라리 두 번째 키스를 했던 그 날 밤 들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이제는 때가 지나 듣기 싫다. 사랑했었다고, 세이시로와 세이시로의 사랑은 이제 거기에 멈춰 있다고 선언했으면서 시선을 돌려도 눈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를 않는다. 모든 사랑은 오류고 그 날 밤 사랑을 가정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사다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의 발목이 꺾인 아내가 절뚝이며 따라오는 꼴을 보려고 걸음을 옮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