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노비가미That's my wayward boy 1-2
마카로니 24-05-21 00:17 70
"없어."

당황해 자기도 모르게 뚝 끊은 말꼬리를 지적당할까 주눅이 든 열세 살을 눈앞에 두고 사다오는 가까스로 웃음을 참았다. 그런 표정이 적어도 버릇 없다 싫은 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는지 세이시로는 약간은 안심한 채로,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도 못한 채로 눈을 굴리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사다오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 정도의 감정이면 놀라 뛰쳐나가지는 않을 테니, 사다오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다오는 한 손을 세이시로의 허벅지 옆에 짚었다. 이런 허세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속마음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어린애 앞에서만이다. 처음인 것은 매한가지지만, 사다오는 자기가 그럴 수 있는 입장이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 가르쳐줄게. 세이시로는 여전히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은 표정으로 확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닿아 있지 않은 손이 세이시로의 머리칼 안으로 파고드는 동안 세이시로는 여전히 왼손으로 오른쪽 옷소매 끝을 꼭 붙잡은 채 미동이 없다. 그게 꽤 귀여웠어서, 사다오는 세이시로가 도리질을 치며 사다오의 손아귀 안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까지 세이시로의 혀를 간지럽혔다. 숨을 급히 들이쉬는 세이시로는 용케 기침을 참았지만 눈가가 약간 빨개진 채다. 사다오는 나름의 배려심을 발휘해 세이시로의 호흡이 고르게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네 누이랑은 결혼 안 해."

왜? 소리 내 묻지는 않았지만, 사다오는 세이시로의 투명한 얼굴에 떠오른 질문을 읽을 수 있었다. 사다오는 그 표정이, 착하게 굴면 원하는 선물을 주겠다는 말에 최선의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그 약속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시침을 뚝 떼는 보호자를 보는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하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다는 듯한 절박함은 열세살이 가질 법한 것이 아니었다. 숨이 모자라서인지 울먹이는 것처럼도 보였다. 사다오는 그런 세이시로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속으로만 생각했다. 바보야. 울어야 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야. 세이시로는 고작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누이의 대역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다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다오는 세이시로의 누이가 아닌 세이시로와 키스했다. 세이시로도 그 사실을 알아야 했다. 팔자에도 없이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원하던 것은 이루지 못한 채 첫 키스만 뺏긴 불쌍한 중학생이 무수한 용기가 필요한 질문을 기어코 하기 전에 사다오는 먼저 선수를 쳐 세이시로가 궁금해할 뒷이야기를 해주었다.

"초등학생이잖아."

사다오는 부디 세이시로가 '내 누이도 몇 년만 지나면 중학생이 된다'는 말을 하지는 않기를 바라며 덧붙였다. 중학생 정도면 생각해보겠는데... 사다오가 '예쁘다'고 한 말이 누구를 향해 있던 것인지, 방금 한 말에 어떤 함의가 담겨 있는지 충분히 알아들은 것 같은 세이시로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사다오는 속눈썹이 점점 아래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긋하게 바라만 보았다. 세이시로는 뺨의 솜털에 사다오의 숨결이 닿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다오는 아직 물기가 남은 세이시로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훑었다. 세이시로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다. 다리가 저려질텐데. 하지만 사다오는 그 사실을 지적하는 대신 뒤늦은 감상을 물었다. 괜찮았어? 가쁘게 차올랐던 숨은 가라앉았지만 사다오의 손가락이 문지르는 얇은 입술은 방금 전의 생소한 감각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세이시로는 무엇에 대한 질문인지 되묻지 않고도 사다오의 의도를 간파해냈다. 그리고 부끄러운 비밀을 고백하는 것처럼 끄덕인다. 고요한 방 안에 세이시로의 손가락이 옷소매를 공연히 문지르는 소리만 옅게 깔려 있었다. 옷감이 스치는 동안 이 여름이 금세 지나가버릴 것 같은 착각은 사다오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사다오는 세이시로가 이번에도 기꺼이 끄덕여주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결혼 같은 건 싫으니까, 나중에 데리러 와 줘.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