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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That's my wayward boy 1-1
마카로니 24-05-15 23:29 80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바깥에서 물건을 옮기느라 한껏 무거워진 발소리와 무언가를 지시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방 안쪽에서는 그 분주한 소리가 한 차례 사그라든 채 불분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종이를 바른 미닫이문 너머로 종종 훌쩍 길어졌다가 짧게 기울어지는 그림자가 불쑥 들이밀어지기 일쑤였지만 긴 머리카락을 한 손에 모아 잡은 열세 살 소년은 미동조차 없이 방의 주인을 바라보고 있다. 손아귀에 채 잡히지 못한 짧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귀 옆으로 흘러내리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묘한 침묵에 긴장한 소년의 가슴이 점점 짧아지는 주기로 얕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 사다오는 그 얼굴을 오랫동안 뜯어보며 생각했다. 보기 좋다. 소년의 얼굴이 잘 보일만한 가까운 거리에 허리를 곧게 세우고 마주앉아 있던 사다오는 오랜 침묵을 깨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네 누이가 너처럼 예쁘다는 말이지."

갑작스레 찾아온 방문객과 문 밖의 사용인들과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라시나 세이시로까지, 모두가 사라시나 가의 여식과 사다오의 결혼을 원하고 있다. 세이시로는 예쁘다는 말에 화색을 하고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어중이떠중이 사기꾼처럼 빠르게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크면 더 예뻐질 거라고 했어요. 그게 어떤 뜻인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은 어린애를 내려다보며 사다오는 그의 누이가 아니라 세이시로를 상상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 것 같다. 세이시로의 깜찍한 계획은 미노리와 사라시나가 백년가약을 맺게 하려는 것이라면 성공이고, 미노리 가의 외동아들과 사라시나 가의 여식을 결혼시키려는 것이라면 실패했다. 책상 위에 놓인 세이시로의 공책에는 제법 정갈한 글씨가 줄을 맞춰 나란히 적혀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은 시시한 것뿐이다. 사다오가 무엇을 하냐 물었을 때 세이시로는 그것이 여름방학 숙제라고 답했었다. 달리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머무는 동안 맡아주라는 말과 함께 방에 집어넣어진 세이시로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방학숙제는 도와줄 수 없지만 인생의 과제 하나에 완료 도장을 찍어줄 수는 있겠다. 사다오는 여름 방학 일기에는 쓸 수 없는, 그러나 종이에 적지 않아도 잊히지 않을 여름 기억을 세이시로에게 남겨줄 요량이다. 사다오는 무릎걸음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세이시로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물었다. 키스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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