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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Kiss is Wet
마카로니 23-06-26 09:45 66
아나토는 방금 로제르와 첫키스를 했다. 사회의 통념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키스를 한다고,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나토는 책에 묘사된 것처럼 입을 벌리고, 코끝이 부딪히지 않도록 고개를 꺾고, 입술과 입술, 혀와 혀를 맞닿게 하고, 아나토가 내쉬는 숨이 로제르의 피부에 부딪히지 않도록 최대한 숨을 참았다. 로제르의 입술은 미지근하고, 입 안은 축축하다. 아나토는 입 안에 들어온 로제르가 어떤 맛인지 느낄 수 있었다. 로제르의 혀에서는 생살과 피의 맛이 난다. 살아 움직이는 날고기 같다. 그뿐이었다. 아나토는 얼마 전에 먹었던 소 혀가 들어간 타코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 소의 혀도 양념을 쳐서 익히기 전에는 이런 맛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나토는 입안의 간지러움을 느끼며 생각했다. 첫키스의 레몬 맛과 폭죽 소리 같은 건 거짓말이구나. 어디에서 태어났대도 사람들은 다 거짓말 안에서 살아가는구나. 크든 작든 모든 게 다 거짓말이구나.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짓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역할을 다하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안정감이 찾아온다는 걸 믿고 싶다. 우리의 고향이 그랬듯이.... 로제르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러 닦았다. 아나토는 여전히 입의 모든 점막에 피비린내가 들러붙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아나토는 분명 로제르를 사랑하는데, 로제르 또한 아나토를 사랑하는데. 그렇다면 분명 좋았어야 했는데. 아나토가 느낀 것은 불쾌한 축축함뿐이다. 아나토는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는 감각을 부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로제르는 그런 아나토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는 듯 묻는다.



어땠어?

한 번 더 해 볼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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