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토는 섹스가 정확히 어떤 행위인지는 몰랐지만 그 효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나토가 종종 읽는 공짜 싸구려 잡지에 의하면 성관계는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고, 노화를 방지하고, 통증을 줄여주고, 면역력을 강화하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심지어 법적인 부부가 성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중대한 이혼 사유라는 판례가 신문에 종종 실려 있기도 했다. 그래서 아나토는 로제르와 섹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인들이 섹스를 숭상하면서도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는 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봉사자들에게 좋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섹스라는 행위와 성기가 모조리 '그것' 또는 '그곳' 정도로 완곡히 표현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으면서 당연하게 읽는 이가 섹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나토는 생략된 명사 대신 동사를 통해 추측해야만 했다. 들어갈 곳을 찾는 것은 남자의 본능이라 불을 끄고도 찾을 수 있다는 문장은 좋은 단서가 되었다. 아나토는 썩 나쁘지 않은 추론력으로 로제르의 하반신에도 '밀어넣을' 곳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나서야 대강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제르의 벗은 몸은 알타르프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시체도 로제르와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흥분된다. 아나토는 아마도 이런 기분이 성적인 욕망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나토는 여전히 자기 손 안에 잡혔던 목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사랑한다면 그래서는 안 됐다. 아나토는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손으로 속죄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