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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어쩔 수 없는 극히 일부의 심장
마카로니 23-08-24 23:55 61
이 세상은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이 로제르가 햇빛을 보게 되고 난 후 내린 결론이다. 로제르가 이해할 수 있든 아니든간에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종종 로제르는 아나토의 어깨에 기대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럴 때면 커튼을 쳐 일찍 어둑어둑해진 방 안에서 아나토의 얼굴에 가끔은 푸르고 가끔은 붉은 불빛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나토의 뺨에 닿은 빛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어째서 그런 빛을 띄고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빛의 근원지를 바라보면 로제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럴 때면 로제르는 아나토의 기분 나쁘게 따뜻한 팔을 껴안으며 물었다. 원래 저렇게 심각한 문제도 사랑 하나면 해결이 되는 건가? 아나토는 화면 속에서 가짜 사랑에 빠진 배우들보다 어두운 시선으로 로제르를 바라봤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런 건가봐. 로제르는 상황을 불문하고 연인 사이에는 단답이 좋지 않은 신호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로제르가 섭섭할 차례였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로제르는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아나토는 로제르의 담담함이 연인답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그 사람들도 그랬잖아... 아마 그 뒤에 아나토가 한 마디 더 덧붙일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로제르는 안심했다. 그렇게 말하며 아나토는 로제르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방은 모두가 그렇게 했으므로 로제르는 이 또한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로제르가 눈물을 떨어뜨리며 아나토가 밉다고 말했을 때, 아나토의 표정과 말투에 상처받았을 리 없다. 로제르는 어렵사리 진심을 꺼내 아나토에게 부딪혔다. 그에 대한 아나토의 답은 '어쩔 수 없지'였다. 로제르는 실망스러웠고 참담했다. 로제르는 그 또한 자신이 아나토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아나토에게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 세상의 모든 답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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