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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리안행복의 비결은 몇 번이라도 사랑을 고백하는 것
마카로니 24-02-14 23:40 56
이든, 신랑 왔다! 양팔에 쇼핑백을 가득 낀 세루리안은 현관문을 세차게 열며 외쳤다. 문은 옆 벽에 가로막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멈추고, 세루리안의 팔오금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쇼핑백은 흔들거리며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세루리안은 힘차게 문을 연 그대로 오른손을 내밀며 한껏 웃고 있다. 봄을 준비하는 식물들의 가지를 정리하던 이든은 어안이 벙벙해서 방금 막 귀가한 세루리안을 멍하니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네?

"반응이 그게 뭐야! 남편이 왔는데 반갑지도 않아?"
"그런 게 아니라, 안 하던 말을 하니까 그렇죠...."

흥, 내가 무슨 레이스 에이프런 입고 마중나와서 밥, 목욕? 아니면 나부터? 해주는 거 바란 것도 아닌데 이거 하나를 못 받아주나... 세루리안은 입이 삐죽 튀어나온 채 양손에 가득한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얇은 줄이 걸려 있던 손목에는 빨갛게 눌린 자국이 나 있었다. 이든은 쥐고 있던 작은 손가위를 다듬던 화분 위에 두고, 훍이 묻은 장갑과 투박한 원예용 앞치마를 벗어 내려놓았다. 옷 앞자락을 툭툭 털고 나서야 세루리안에게 다가선 이든은 세루리안의 손목을 문질러주며 물었다. 그걸 원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럼요?"
"나 초콜릿 줘."
"저건 뭔데요?"

이든이 바닥에 가득 놓인 쇼핑백을 가리키며 묻자 세루리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받은 초콜릿. 쇼핑백 안에는 어림짐작으로도 한 달 내내 먹고도 남을 양의 초콜릿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세루리안은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이든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이든은 세루리안의 갈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렇게 많은데 또 받고 싶어요?"
"배우자가 주는 건 다르잖아!"
"내 건요?"
"발렌타인데이는 이든이 주는 날이잖아. 작년에도 그랬는데."
"작년은 화이트데이도 제가 챙겼던 것 같은데요."
"헉, 그러네?"
"당신 정말 양심도 없네요."

이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세루리안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세루리안은 이든의 손에 기대다 못해 입술을 문지르며 졸랐다. 작년처럼, 이든이 주면 나도 준비했던 거 줄 테니까,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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