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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고립계의 열역학 제2법칙
마카로니 24-05-08 23:35 47
이제는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기 위해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즈미는 시시각각 진정한 의미의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쏜 화살은 점차 멀어질 뿐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명백하다. 그것이 히로우치 사토시를 조급하게 만든다. 아즈미가 무질서의 세계로 완전히 돌아가 버리기 전에 붙잡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즈미를 따라 죽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아즈미와 가까워지는 길은 아니다. 따라갈 수 없으니 되찾아오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토시가 내린 결론이다.

아즈미 키사라는 언제나 사토시의 인생에 존재하는 유일한 축이었다. 심지어는 육체를 잃고 개념이 된 지금도 사토시를 사로잡아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사라진 것은 아즈미 키사라인데 정작 의미를 잃은 것은 사토시의 존재다. 그에 반하면 아즈미는 부재함으로서 오히려 사토시의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주는 팽창하고 더 이상 수렴하지 않는 바람은 멀어져만 간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단 하나,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와 더 가까워지려 할수록 괴로워지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사토시를 간절하게 만든다.

세상이 이토록 넓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다. 멀어지고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시절이다. 이 광활한 세계에서 원소로 흩어지는 아즈미를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날 확률은 낮아지기만 한다. 그러니 아즈미 키사라와 재회하고 싶다면 환원되지 않도록 다시 육체의 형태로 모으고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사토시는 자연한 우주의 법칙을 한낱 인간의 몸으로 거스를 방법을 찾았다.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고 이보다 더 분명할 수도 없다. 시간을 돌려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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