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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In the Flesh
마카로니 24-04-09 22:29 72
사다오, 결혼은 원래 그런 거야. 미노리 사다오는 이미 흐트러짐 없는 옷깃을 정리할 것처럼 뻗어와서는 외려 구김을 만드는 손을 내려다봤다. 물에 빠진 사람이 다급하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듯, 손이 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러 번 앞섶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다오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나랑 네 아버지를 봐서라도 한 번만 눈 딱 감고 참아줄 수는 없니? 그런 애원을 듣는 불효자식일지언정 부모 앞에서 대놓고 한숨을 쉬는 과오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포기하신 줄 알았는데. 이 나이까지 독신이고 정조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데다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자식을 끝끝내 결혼시키려는 집념을 가지고 계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조건을 가진 남자에게 기어이 아들을 보내겠다는 가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서 깊은 가문 자제라더라. 두 번 다시 없을 좋은 조건이야. 히라사카 기관에서 주선해주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거야. 사다오, 알지? 너만큼 나이 찬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는 사람 찾기 쉽지 않아. 방금 전까지 셔츠를 만지작거리던 손은 이제는 쐐기를 박으려는 듯 사다오의 뺨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렬되면 안 돼. 사다오는 자식을 결혼시켜야 부모의 의무를 완수했다고 여기는 구시대적 관습의 잔재와 기관이 좌지우지하는 가문의 안위 중 무엇이 더 무거웠을지 저울에 달아보다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켰다. 나이만 문제는 아닐 텐데요. 사다오의 어머니는 침묵을 굴복으로 받아들이고는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요새는 많이들 이혼하는 시대니까, 3년 정도면 흠은 안 될 거야. 참, 상견례 전에 사진이라도 볼래? 길어봐야 3년만 보고 말 사람의 얼굴이었다. 미리 봐둔다고 해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다오는 셔츠의 구김을 문질러 펴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나가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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