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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류헤이, 톰 #2
마카로니 23-07-27 23:01 37
제레미는 톰의 존재에 대해 많이 말했다. 남들은 모르고 자신은 아는 톰을 설명해 그의 사랑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내가 톰을 만났을 때 톰은 몸도 정신도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내가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난 그러고 싶었습니다.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톰은 이미 자기 인생의 좋은 부분들은 모르는 사이 다 지나간 것 같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톰이 죽기 전에 어떤 오래된 잡지를 가지고 싶어했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더 얹어 주겠다고 해도 파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으니 별 수 있겠습니까. 톰은 많은 것을 원망하고는 했습니다. 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지, 왜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지, 왜 좋은 건 아주 잠깐이고 뒤늦게 찾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지, 왜 세상에 한정판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나는 그에게 더 좋은 것들을 주고 싶었지만... 그가 죽는 순간까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톰은 끔찍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첫사랑이기도 했어요. 제레미가 수척한 얼굴로 자동응답기처럼 건조한 감정을 내뱉으면, 조문객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위로하고는 떠나갔다. 제레미는 톰의 시체를 원한다는 낯선 이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무례한 말을 내뱉는 이가 궁금하지 않았던 푸념을 듣고 질린 얼굴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다름아닌 제레미였다.

당신의 사랑의 살은 불에 타 사라지고 남은 뼈는 쓰레받기에 쓸려 칼날에 갈릴 거예요. 그럴 바엔 제게 살을 주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먹고 나로 만들어서 언젠가는 당신의 사랑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데려다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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