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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류헤이,톰 #1
마카로니 23-07-10 21:36 46
제레미는 마지막 조문객을 배웅했다. 장례식 첫 날의 조문객은 모두 제레미를 알고 톰을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나마도 제레미를 위로하러 찾아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무슨 연유로 제레미가 친인척 관계도 아닌 톰의 장례식의 상주가 되었는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제레미는 그들에게 톰을 설명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실 제레미조차 톰에 대해 잘 몰랐다. 톰은 그저 제레미의 사랑일 뿐이었다. 제레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꽉 맨 넥타이 안으로 숨기고 톰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톰의 손님은 새벽에 찾아왔다. 그 남자는 자신이 톰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제레미는 그가 톰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으나 그의 입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 흘러나왔다.

"톰의 시체를 받으러 왔어요."
"예?"

제레미는 톰의 친구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레미의 굳은 얼굴과 대조되게, 눈 앞의 남자는 매끄럽게 입술을 움직이며 끝없이 물었다. 톰의 시체는 영안실에 잘 놓여 있나요? 죽은 지 얼마나 지났죠? 사인은 뭔가요? 혹시 교통사고였나요? 제레미는 그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도 그가 오늘의 조문객 중 가장 무례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장난하는 거라면 돌아가십시오."
"난 톰의 살을 먹을 권리가 있어요. 생전에 약속했는걸요."

장례식장에서 하기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금 들은 말을 전부 질 나쁜 농담으로 치부하고 이 남자를 내쫓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제레미는 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제레미야말로 차갑게 식은 톰의 시체를 붙들고 묻고 싶었다. 톰,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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