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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로기치즈케이크 손이라도 빌리고 싶구나
마카로니 23-07-13 00:47 60
고른 물건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넘어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오즈는 생각했다. 너무 욕심부렸다. 다행히도 오즈가 염려했던 것처럼 계산대 앞에서 돈이 모자라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바구니 안에 스티로폼 상자를 집어넣을 때는 미뤄두었던 걱정을 해야 할 때다. 들고 갈 손이 모자란다.

가방도 없는데 내친 김에 로컬 마켓에 온 게 문제다. 분명 처음에는 아침 식사에 곁들일 잼 한 병만 살 요량이었다. 이번에는 늘 먹던 사과 잼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던 참이었다. 그리고 마침 마켓 입구에는 뚜껑을 작은 천으로 감싼 유리병이 잔뜩 쌓인 수제잼 선반이 보였다. 오즈는 선반 옆으로 다가가 듣도 보도 못한 잼의 이름들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토마토 잼을 살지, 루바브 잼을 살지 고민했다. 하지만 시식 테이블에서 빵 두 쪽을 얻어먹고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무 상자 가득 쏟아질 듯 담긴 싱싱한 체리가 눈에 들어와버린 것이다. 오즈는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잼이 없다면 만들어먹으면 되지. 그 생각이 이 재앙의 시발점이다. 체리 두 상자와, 작은 설탕 포대 하나, 사과 한 봉지를 사고 만 것이다. 호랑이를 등 뒤에 업은 여우의 기세등등함은 멀리 있지 않다. 바구니를 손에 든 오즈 또한 여우와 같았다. 오즈는 마켓 안에 바구니를 놓아두고, 체리 두 상자 위에 설탕 포대를 얹고 손목에 사과 봉지를 끼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상태로는 집까지 걸어갈 수 없다. 오즈는 급한 대로 집에서 그림책을 읽고 있을 두 외전에게 염화를 보냈다.

- 나야, 와서 짐 좀 들어줘. 여기가 어디냐면...
- 오즈! 전화해! 전화!
- 리코타? 라브네?

염화 너머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다. 두 작은 외전은 치즈케이크 같은 머리를 맞대고 숨죽여 웃고 있을 것이다. 리코타와 라브네는 최근 스프링처럼 꼬인 줄에 수화기가 달린 아날로그 전화기에 푹 빠졌다. 어떻게든 그 수화기를 들고 싶어서, 전화를 걸지 않으면 오즈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로폼 상자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일을 해결하고 싶었던 오즈는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직감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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