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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로기iletyoutieme
마카로니 23-07-04 21:06 63
히긴스는 마리아를 꿰멤으로써 완성한 사람이다. 매일 아침 히긴스는 마리아가 목에 한 넥타이를, 그 위에 걸치는 가운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달려 있는 두 개의 끈을, 마리아가 쓴 베레모의 리본을, 옥스포드 슈즈의 신발끈을 일일이 묶었다. 히긴스는 특별한 의도 없이도 끊임없이 마리아를 닫는다. 마리아는 자신의 영원히 떠지지 않을 왼쪽 눈을 가끔 거울에 비춰보고는 한다. 히긴스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마리아는 정교하게 꿰매진 눈꺼풀에서 히긴스의 손재주를 읽어낼 수 있다. 히긴스는 섬세한 손과 그렇지 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손으로 만들어낸 모든 것에서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히긴스는 마리아가 집을 나서기 전 늘 주문처럼 말했다. 너는 나를 대변하는 존재다. 너를 보는 사람들은 네게서 나를 읽을 테니 단정히 다녀라. 히긴스가 신경쓰는 것은 기껏해야 보호자로서의 평판일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스스로의 의의가 지워지고 오로지 히긴스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마리아를 덮는 사람도, 펼치는 사람도 결국은 히긴스다. 히긴스는 마리아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 옥스포드 슈즈의 신발끈을, 베레모의 리본을, 가운 바깥쪽과 안쪽에 각각 달려 있는 두 개의 끈을, 그 안의 넥타이를 일일이 풀었다. 히긴스가 우려하는 것은 마리아의 감정이 아니라 새틴과 끈이 구겨지는 것뿐이다. 그 모든 행위가 마리아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리아를 속박하는 것처럼 느껴짐을 히긴스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히긴스는 마리아가 앉은 의자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리아가 신은 신발의 신발끈을 풀리지 않게 꽉 매고 있다. 마리아는 히긴스의 흰색 머리칼이 흐르는 뒤통수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한다. 당신이 정말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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