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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로기In the mood for hideous love
마카로니 24-05-01 23:23 57
그의 사랑이 무너진 이후로 파영에게 사랑 이야기는 배알이 꼴리도록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파영이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들에게는 있고 파영에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쁨뿐만은 아니다. 고작 사랑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적지근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 또한 파영을 더없이 괴롭게 만들었다. 파영은 잠깐 동안 사랑을 가졌다고 착각한 사람들이 결국은 사랑 때문에 불행해졌으면 했다. 파영이 이미 그런 존재였기에, 그 어떤 누구도 파영이 다시는 누릴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쓰레기통에 장미 꽃다발을 처넣는 것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난 사랑으로 영원히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것은 파영뿐이다. 누구나 쉽게 끝을 내고 잊고 무뎌진다. 파영은 종종 그런 꼴을 무력하게 지켜보면서, 결국은 다시 자신을 기다리는 환혹관의 좌석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한다. 왜 내 건 끝나지를 않지.

추억은 시간이 흐르면 마모된다더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던 기억도 점점 흐릿해지기는 한다. 그러나 버린 반지나 곰인형처럼 영영 사라져주지는 않았다. 그것들은 강바닥으로 가라앉으려다가도 물살에 쓸려 한꺼번에 밀려들어오고 휘몰아친다. 그럴 때면 무력하게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파영은 차라리 그 모든 것을 과거로 치부하고 싶었다. 매달려 있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파영은 그 동안 내내 고통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사랑을 그만두고 싶다. 검은 공간 속에 놓인 빨간 의자에 앉아 면전에 비치는 흰 빛을 더러 반사시키며 파영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왜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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