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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화이트데이의 추악한 진실
마카로니 24-03-17 23:38 72
리어다머는 다른 볼일도 없는데 일부러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 리어다머가 사는 지역에서 별점이 가장 높은 2층짜리 디저트 가게에서 사온, 유기농 과일이 들어갔다는 수제 사탕을 무화과에게 내밀었다. 빨간색 하트 모양 상자에 노란색 리본이 묶인, 절대로 평범한 친구에게는 주지 않을 디자인의 선물이 가진 함의는 아무리 현대의 심볼에 눈이 어두운 무화과라 해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리어다머는 부디 무화과가 자신의 사랑만 느끼고, 현대의 기브 앤 테이크 정신은 절대 깨닫지 못하기를 바랐다. 무화과는 선물을 받아들며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요? 리어다머는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갔다가 무화과 씨 생각이 나서 샀어요. 진짜 과일을 넣고, 설탕이 적게 들어가서 과하게 달지 않고 맛있다길래. 입에 맞았으면 좋겠어요. 무화과는 기쁘게 웃었다. 그리고 리어다머의 집에서 늘 그랬듯이, 양치 후에 하나씩 나눠먹어보자고 말했다. 리어다머는 마주 웃으며 생각했다. 거짓말이에요. 그냥 다 상술인데, 다 알면서도 지나치질 못해서 결국 샀어요.

리어다머는 어떤 기념일이든 늘 두 손 가득 선물을 받아 돌아왔고 전 연인들에게도 사탕이니 초콜릿 따위를 선물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애라는 게 다 그런 역할놀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물하는 건 좋았지만, 광고마케팅학을 전공한 리어다머로서는 기업의 상술이 개인의 사랑을 시험하는 잣대가 되었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은 굳이 이런 날에 선물하고 싶지 않았다. 무화과도 자본주의의 기념일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만들어지는지 안다면 받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어다머는 다 알면서도 결국 무화과를 위한 선물을 사고 말았다. 좋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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