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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Your lover let you know "HOW TO USE"
마카로니 24-03-07 23:58 92
리어다머의 욕실에는 언제나 향기 나는 색색깔의 목욕용품이 놓여 있었고, 그것들은 모두 똑같은 라벨이 붙은 비슷비슷한 병에 담겨 있었다. 리어다머는 언제나 고민하지 않고 그것들 중 하나를 집어들 수 있었다. 리어다머는 이 욕실에 들어오는 누구라도 리어다머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다른 설명 없이 무화과를 리어다머의 욕실에 들여보냈다. 물론 닫힌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물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 기대하거나 상상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리어다머는 무화과가 정말로 머리카락이 젖은 채 욕실 문을 열 거라고 감히 예상하지는 못했다. 리어다머는 태연함을 가장한 채 물었다. 왜 그래요? 온수가 안 나오나요? 수건이 없어요? 하지만 무화과는 얼굴만 보일 정도로 작게 연 문 밖으로 리어다머의 욕실에 놓여 있는 샤워 젤 중 하나를 내밀었다. 무화과는 순수하게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용법을 알려줄 수 있나요. 리어다머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무화과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젹혀 있길래. 리어다머는 차라리 그 말을 듣지 않는 편이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무화과가 아무 속뜻도 없이 한 정직한 말을 애써 곡해한 채 반도 열리지 않은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키스하고 싶었다. 하지만 리어다머는 무화과의 애정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저 문 밖에 선 채 설명했다. 젖은 손에 문질러서 거품을 내고 그걸로 몸을 씻어요. 머리는 그걸로 감지 말고, 머리카락에 쓰는 비누가 따로 있어요. 지난번에 같이 먹었던 크림브륄레 마카롱 기억해요? 무화과 씨가 일하는 카페에서 파는 그거요. 그렇게 생긴 비누가 선반에 있을 테니까 그걸 꺼내 써요. 향이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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