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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실물마법
마카로니 24-02-11 12:41 60
리어다머는 근무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목에 앳된 얼굴의 리어다머가 인쇄된 교직원증을 걸고 다녔다. 그것이 리어다머의 마도서였고, 리어다머는 아직 관념적으로 마도서를 소유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리어다머는 마법 재액에 휘말린 것만으로 단번에 각성한 주제에 이상할 정도로 마법을 다루는 것이 서툴렀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마법 재액의 발생 원인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고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이유로 리어다머의 기초 마법 교육을 떠맡게 된 헨드릭 히긴스 교수는 마법이 어떤 것인지 영 감을 잡지 못하는 리어다머를 위해 제법 유용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어떤 물건이 너로 하여금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가능케 만들어준다고 믿어라." 헨드릭 히긴스는 그 예시로 해X포터의 지팡이를 언급했다. 리어다머는 꼬장꼬장한 교수의 입에서 어린애들이나 좋아할법한 판타지 소설 이야기가 나온 것에 적잖이 놀라 헨드릭 히긴스가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았다. 언제나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 최대한 평범한 물건으로.

리어다머는 걸어다닐 때마다 사원증이 배에 부딪혀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시사철 가슴께에 주머니가 붙은 셔츠만 입으며 종종 생각했다. 마도서로 쓸 거라면 교직원증보다는 피어스가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는 제법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었다. 피어스는 가끔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때도 있고, 모르는 사이에 빠져서 영영 못 찾는 경우도 있어 '언제나' 가지고 다녀야 하는 물건에는 걸맞지 않았다. 그에 반하면 리어다머의 교직원증은 이미 학교 출입카드 겸 신용카드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리어다머에게 늘 필요한 물건이었다. 헨드릭 히긴스에게 시달려 판단력이 떨어진 그 때의 리어다머로서는 '잃어버리면 곤란한 물건'을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제는 제법 마법에 익숙해진, 그러나 여전히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물체에 기대지 않으면 마법을 믿기가 어려운 리어다머는 만약 나중에 마도서를 바꾸게 된다면 무엇이 좋을지, 옆에 누운 이의 붉은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반지 같은 것도 괜찮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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