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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사랑니 발치 대작전 -Hot fix by Portal-
마카로니 24-01-04 00:39 76
리어다머는 출장 차 들른 벨기에 지부 소속의 문호, 세루리안을 반갑게 맞았다. 근방에서 발생한 마법 재액 해결 임무를 마법사들에게 배분하는 일도 이제 꽤 익숙해졌다. 대체로 서너 명이 임무 하나를 함께 맡곤 했지만, 종종 딱 한 명만 와서 임무를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리어다머는 그 한 명이 문호 소속의 마법사이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임무를 건네기 전 스몰 토크를 하며 겸사겸사 문호 업무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리어다머의 산학협력단을 찾은 마법사는 특히나 서글서글한 인상에, 먼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라'는 친절을 발휘하기도 했다. 리어다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법의 유효기간에 대해 물었다. 무화과에게는 다음에 뽑아야 할 왼쪽 위아래 사랑니가 남아 있었고, 리어다머는 그 이후에도 리어다머의 엉성한 마법이 사라져버려 무화과가 범법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세루리안은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는 바로 대답했다.

"잘 한 것 같은데요? 문제 없을 테니까 걱정 마요."
"정말요?"
"그런데... 어려운 길 갔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세루리안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웃었다. 리어다머는 그런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리어다머가 어린 동생의 행동을 지켜보다 바로잡아주며 종종 짓는 웃음과 비슷했다. 세루리안은 기꺼이 리어다머의 손윗형제 역할을 맡았다. 다 건너뛰고 병원으로 바로 갔어도 아무 문제 없었을 거예요. 문호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FM으로 일하는구나? 리어다머는 그것까지만 듣고도 무화과를 불필요한 과정을 겪으며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이 서러워졌는데, 세루리안은 거기에 아예 쐐기를 박았다. 

"마법사는 병원에서 사랑니 안 빼도 괜찮은데. 육체 자체가 개념에 가깝거든요."
"네? 그치만 분명 아프다고 했는데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죠?"
"그게 뭔데요?"

세루리안은 네덜란드 모 대학교 로고가 인쇄된 파일을 챙겨 일어났다. 그을쎄. 마법이랑은 상관 없을 것 같으니까 잘 해결해봐요. 팔랑거리는 손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리어다머는 소파에서 엉덩이를 반쯤 떼고 앉지도 일어나지도 못한 채 세루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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