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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사랑니 발치 대작전 ⑥
마카로니 24-01-02 22:27 83
무화과는 솜을 물어 한쪽 볼이 불룩해진 채로 걸어나왔다. 요즘 이런 사람 드문데, 사랑니가 위아래 모두 아주 곧게 자라서 빼는 데 수월했어요. 거즈는 피 멎을 때까지, 최소 한 시간은 물고 계셔야 해요. 술담배만 안 하시면 염증 없이 잘 아물 거예요. 리어다머는 무화과의 옆에 어깨를 붙이고 서서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월했다는 말마따나, 리어다머가 혼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분침은 시계를 반 바퀴도 돌지 못했다. 마취되기를 기다린 시간까지 고려하면, 무화과의 사랑니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뽑혀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리어다머는 혼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느껴졌다. 무화과는 그런 기분을 눈치챘는지 리어다머를 향해 웃어보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미소였지만 마취약 때문에 부어오른 오른쪽 얼굴은 똑같이 웃어도 엉성하게 보였다. 입가에 피가 조금 말라붙어 있었다. 리어다머는 그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안 아팠어요? 리어다머가 묻자 무화과는 고민하는 듯 인상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점점 아파집니다. 어눌하게 새는 발음을 들으며 리어다머는 자기가 아픈 것처럼 턱을 감싸쥐었다. 여린 입안을 주삿바늘로 찌른 것도 모자라 생니를 두 개나 뽑았으니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리어다머는 드럭스토어에 들어가 무화과를 위한 진통제와 부드러운 칫솔, 맵지 않은 치약과 가글을 샀다. 리어다머가 무화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리어다머를 아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리어다머가 잘해낼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마법의 역할은 끝났다. 리어다머는 이제 무화과에게 부드러운 과일을 작게 잘라 먹이고 작은 찜질팩을 얼려 뺨에 대줄 것이다. 지금부터는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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