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리어다머사랑니 발치 대작전 ⑤
마카로니 23-12-29 22:20 63
리어다머는 무화과의 첫 번째 신분증의 실물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 오히려 무화과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방 안을 서성이거나 손끝을 깨물거나 '저 때문에 무화과 씨가 네덜란드 전산망에 범법자로 남으면 어떡해요?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제가 지우긴 할 거지만 실수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같은 말을 평소에 마법에 대해 질문할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워섬기는 리어다머를 달래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무화과의 신분증 발급 순서를 맨 앞으로 당겨버리고 싶었지만 리어다머에게는 국가 시스템을 두 번 속일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리어다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화과의 동거인 천국과 문호 사상 최악의 실수 지옥을 오가는 십수일 간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친절했고 최대한 많이 웃었다. 원래 선한 태도는 결국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리어다머는 언제나 그 말을 믿고 있었고 특히나 무화과의 신분증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간절히 믿었다.

그리고 리어다머의 절실함은 드디어 빛을 보았다. 무화과의 신분증은 무화과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아름다웠고 실용적이기까지 했다. 리어다머와 무화과는 신분증을 손에 넣자마자 당장 치과로 갔다. 이상한 성취감이 둘 사이에 감돌고 있었다. 무화과는 별 탈 없이 치과 진료를 접수할 수 있었고, 이제는 사랑니를 빼는 일만 남아 있었다. 둘 중 더 긴장한 것은 리어다머였다. 영원히 겪을 리 없기에 과장스럽게 부풀려진 고통이 리어다머의 머릿속에서 무화과를 괴롭히고 있었다. 결국 또 괜찮을 것이라 상대를 위로하는 건 무화과가 되었다.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무화과의 손을 잡고 기다리면서 리어다머는 무화과가 신분증도 없이 학교 앞 카페테리아에 어떻게 취업했는지, 무화과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는 한지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무시무시한 일을 겪을 스승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였기에 억지로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곧 무화과가 눕게 될 치과 의자 옆에는 작은 곰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다. 리어다머는 할 수만 있다면 곰인형 대신 무화과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