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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사랑니 발치 대작전 ④
마카로니 23-12-20 21:48 57
시청이 가까워질수록 무화과의 손을 잡은 리어다머의 오른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무화과는 다정한 목소리로 리어다머를 타박했다. 리어다머, 아픕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리어다머는 화들짝 놀라 무화과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조금 후회했다. 지금 놓으면 다시 잡을 핑계가 없는데. 계속 잡고 있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미 놓아버렸으니 방법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리어다머는 손바닥을 가볍게 적신 땀을 말리기 위해 손목을 여러 번 털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숨이 같이 튀어나왔다.

"미안해요, 긴장했나봐요..."

무화과는 아무 말 없이 리어다머를 마주보고, 양 어깨를 손으로 두어 번 두드렸다.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무화과는 지금부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지만 여전히 확신을 가지고 리어다머를 독려했다. 리어다머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리어다머는 오늘을 위해 문호에 부탁해 청소부 업무 지원을 나가기까지 했다. 잘 안 되면 어떻게든 지워봐야지. 다행히 리어다머는 잘못된 마법의 기억을 지우는 데 소질이 있었다. 리어다머의 등 뒤에서 4계제 문호들이 '확실히 몸으로 겪어본 마법은 체득이 빠른가봐요.' '기억은 지워졌을지언정 감각에는 남았다? 흥미로운 연구 소재네요. 아방궁에서 좋아하겠는데요...'라고 속닥거리는 소리를 같이 듣기는 했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어서 가볍게 넘겼다. 하여튼 중요한 것은 베테랑 문호들도 리어다머의 기억 삭제 마법 사용 능력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염화 보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지금 미리 말할게요."

리어다머는 사진관에서 받아온 손바닥만한 봉투 안에서 근사한 무화과의 사진 한 장을 꺼내 무화과의 손에 들려주고 나서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무화과 씨는 신분증을 잃어버려서 재발급받으러 온 거예요. BSN은 마법으로 미리 만들어뒀는데 잘 됐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제대로 했다면 별 문제 없을 거예요. 무화과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어다머가 생각하기에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시 출발하기 전에 리어다머는 변명하듯 덧붙였다. 외국인 신분으로 받는 것보다는 내국인인 편이 편할 것 같아서, 국적은 네덜란드고... 주소지는 제 집이에요. ...이제 출발해요!

리어다머와 무화과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시청 안에는 사람이 없었고 무화과도 덩달아 긴장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둘은 약간 달아오른 볼로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시청 직원이 건너편에 앉은 무화과의 얼굴을 보고 말문이 막혀 무화과가 한 모든 말을 다시 청한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둘은 다시 손을 잡고 리어다머의 집으로 돌아왔다. 무화과가 받은 임시 신분증은 리어다머와 무화과가 한 집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리어다머는 아무 문제 없이 마법으로 세상을 속인 것보다, 무화과의 사진과 이름 아래 함께 인쇄된 자신의 집 주소가 더 거짓말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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