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리어다머Some Imagination Comes True
마카로니 23-07-05 01:04 73
리어다머는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마법사다. 마법사 경력이 얼마나 있어야 '새내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생도 직장인도 1년을 채우면 풋내기 신세는 면하게 되는 것을 보면 리어다머도 내년쯤에는 그럴듯한 마법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처음 세 달 내내 문호의 일에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아 절망했던 리어다머가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리어다머의 새로운 스승님 덕이다.

무화과는 리어다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면, 마법사의 상상과 바람은 힘이 된다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그 설명은 지금껏 잘 와닿지 않던 마법의 정의에 리어다머가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어떤 마법사의 엉뚱한 상상이 구현된 것 같은 마법재액 속에 무화과와 함께 갇힌 지금, 리어다머는 생뚱맞게도 스승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대법전이든 서적경이든, 마법의 본질은 같구나. 악한 의도를 가지면 사람을 해치는 마법 재액이 되지만, 발칙한 상상을 실험하고 싶을 뿐이라면 그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마법 재액을 만드는 사람은 분명 나쁜 서적경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작 그 재액에 말려든 리어다머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 것도 같다.

지금 리어다머는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절대 갇힐 일 없을 작은 상자에 무화과와 함께 갇혀 있다. 서적경과 마법 재액 때문이다. 리어다머는 온 몸의 관절을 접은 채로, 허벅지 위에 닿는 무화과의 다리나 가까이 붙은 숨결 따위를 느꼈다. 산소가 부족한 것도 같다. 리어다머는 천천히 얼굴을 무화과에게 가까이했다. 붉은 색 속눈썹이 그림자에 가려졌다. 리어다머는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재액이라기엔 너무 좋은데. 그 생각을 멈춘 건 다름아닌 무화과의 손이다. 무화과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리어다머의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 리어다머는 부끄러웠다. 거절당한 것이 부끄러운 건지, 대법전의 마법사로서 하면 안 됐을 생각이 부끄러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리어다머는 홧홧해지는 얼굴을 느꼈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마법 재액에 말려드는 거구나. 리어다머는 변명하고 싶었다. 상자가 등을 밀어서요. 그렇게 말한다면 리어다머는 덜 부끄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모호한 말로 숨기고 싶지 않았다. 무화과가 리어다머의 입을 막은 손을 떼고, 이유를 묻는다면 리어다머는 이번에야말로 솔직할 것이다. 그러고 싶어서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800자 챌린지

게시물 검색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