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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다머사랑니 퇴화 세대의 현대적 사랑
마카로니 23-06-29 00:34 121
무화과의 칫솔이 리어다머의 욕실에 자리잡게 된 후로, 리어다머는 무화과를 집에 데려올 때마다 앉을 자리를 권하기도 전에 편한 옷을 건넸다. 최근에는 제법 캐주얼해졌지만 완전히 편하지도 않은 외출복을 입은 무화과를 위한 배려였다. 무화과는 늘 그 호의에 감사를 표하며 리어다머가 입던 흰색 폴리 티셔츠나 텐셀 파자마 세트를 받아 입곤 했다. 그러고 나서는 욕실에 나란히 서서 양치를 했다. 무화과는 무도회의 손님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손과 얼굴을 씻는 깔끔한 사람이었으니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어떤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리어다머의 목적은 청결 유지에만 있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리어다머는 늘 그런 마음으로, 양치 후에 설탕이 든 레몬 맛 민트 캔디를 무화과와 하나씩 나눠먹었다. 무화과는 설탕을 먹으면 이가 썩는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리어다머는 무화과가 충치를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이 행위를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리어다머에게는 양치 후에 먹어도 괜찮은 자일리톨 캔디도 있었지만 그것을 꺼내지 않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화과에게는 지금 먹는 이 사탕이 리어다머가 좋아하는 맛이라고 말했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레몬 민트 캔디는 어떤 일이 우연히 일어나 버렸으면 좋겠다는 수동적 기대였다. 자일리톨 사탕은 과일 맛이 첨가됐더라도 입 안에 계속 감돌기에는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맛이다. 무화과에게서는 리어다머의 집 욕실에 있는 바질 비누 향이 난다. 리어다머는 무화과와 함께 소파에 앉아 무화과가 먹은 사탕의 맛을 궁금해한다. 리어다머는 이 고전적인 미남에게, 뻔뻔하게 남자친구 행세를 하다 보면 남자친구가 되기도 전에 키스를 하는 21세기의 사랑법을 전파하고 싶었다. 리어다머는 은근슬쩍 무화과의 어깨에 기대며 생각했다. 오늘은 키스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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