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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로기A Friend with Benefit
마카로니 23-06-28 00:25 66
슌은 긴장으로 손을 잘게 떨며, 자신의 서공의 전 남자친구의 동생의 침대에 앉아 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연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즈는 최근 슌의 바로 옆 침대를 쓰게 된 천애다. 슌의 서공인 아이나르의 전 애인인 티페타리우스 엘리스테어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전에 대법전의 임무 때문에 티페타를 마주쳤을 때, 티페타는 슌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동생이랑 같은 침대에 눕게 되면 잘 부탁해. 그 때 슌은 그게 은근한 음담패설이라고 생각해서 질색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야말로 천애 맞춤형 인재가 아닐까? 결국은 비유적으로든 말 그대로든 같은 침대에 눕게 될 예정이니 말이다.

슌이 오즈의 옆에서 연애가 해 보고 싶다고 베개를 껴안고 발을 구르며 열 번쯤 말했을 때 오즈는 지겨워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랑은 못 해주지만 보통 사람들이 사랑할 때 하는 건 해 줄 수 있어. 슌은 물었다. 정확히 어떤 거요? 오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 끝을 붙여 원을 만들고, 오른손은 검지손가락만 편 채로 두 손을 얼굴 앞으로 올렸다. 슌은 그 손동작에 담긴 함의를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쑥맥은 아니었다.

“네?! 그... 그런 걸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해도 돼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오즈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슌은 어쩐지 크로스백이라도 멘 것처럼 두 손으로 겉옷의 앞섶을 꾹 쥐고 오즈의 집까지 따라왔다. 오즈의 침대에 깔린 부드러운 실크 이불에 손을 올리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실감이 났다. 이제는 무를 수도 없다는 직감이 훅 끼쳤다. 이렇게 저질러버려도 괜찮은 걸까? 생각하는 사이 오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대뜸 슌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슌은 기겁해서 튀어오르고 싶었으나 오즈가 허벅지 위에 올라앉은 탓에 그럴 수도 없었다. 슌은 화들짝 놀라 오즈의 손을 붙잡았다.

"지금요? 이렇게요??"
"그럼 뭐."

슌을 빤히 보는 오즈의 눈에는 긴장감 같은 건 비치지 않고, 타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기대한 연애는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좀 더 뭔가, 몽글몽글하고 느리고 애정이 넘치는 그런 걸 원했는데. 슌은 상처만 남은 마음을 안고 뒤로 푹 쓰러지며 얼굴을 가렸다.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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