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노비가미야타 전자의 사원이자 기계인 닌자가 문호에 유통?!
마카로니 23-10-12 21:55 83
"식사하시겠어요? 아니면 목욕부터?"

사에키 테츠야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뒷말을 잇지 않는 안드로이드에게서 어떠한 문법을 느끼고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뒤에 이어질 말이라고 해 봐야 딱 하나뿐이잖아! 물론 절대 그 선택지를 고르지는 않을테지만... 테츠야는 주어지지도 않은 제안을 물리치느라 신발도 벗지 않고 신발장에 그대로 서 있었다. 테츠야의 집에 들어앉은 안드로이드도 문간에 그대로 서 있을 뿐, 테츠야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런 게 인간형 안드로이드의 장점인 것이다.

테츠야의 자의로는 구매하기는커녕 공짜로 준대도 마다했을 단신의 남성형 안드로이드를 맡게 된 것은 오로지 문호 때문이다. 평소처럼 만화 카페이자 문호 지부로 출근했더니 문호의 마법사들이 '히가시 신사이'를 들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마법사들은 -서브컬쳐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테츠야로서는 의아할 정도로- 그 안드로이드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하스바 인군이라면 그, 독학으로 마법을 연구하는 닌자 유파가 아니던가요? 그 집단에서 만든 기기가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다니 여간 불길하지 않습니다. 닌자가 만든 물건이니 닌자에 대한 대응법을 사용하면 될까요? 쓸데없이 비장한 대화를 듣던 테츠야는 생각했다. 그냥 대기업이 발빠르게 트렌드를 따른 것뿐 아냐? 이대로 놔두면 이 마법사들은 그럴 일이 아닌데도 산으로 갈 것이 뻔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담당해 지켜보다 마법 재액의 낌새가 보이면 처리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로 닌자들이 마법 재액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물건이라고 해도, 남성형 안드로이드에게 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얼굴은 테츠야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테츠야는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라고 은연중에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간 섹시한 장신 서양인 알파메일 편집자에게 시달린 탓일까? 사근사근한 단신 일본인의 모습을 한 기계가 재촉하지 않고 마중나와준 것만으로 안정이 찾아왔다.

"그, 그럼 식사부터...."

테츠야는 정신을 차리고 안드로이드의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멋쩍지만 은근히 기분좋아하는 테츠야의 표정을 읽은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걸 좋아하시는군요? 내일부터는 맞춤형으로 맞아드리겠습니다. 참, 아침에는 몇 시에 깨워드리면 좋을까요?"

테츠야는 입을 떡 벌리고 섰다. 키가 한참 작은 안드로이드는 테츠야를 올려다보며 미소짓고 있다. 이번에도 대답을 재촉하고 있지는 않지만 테츠야는 당장 변명하고 싶었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닌데?! 하지만 억울하다가도 어쩐지 내일을 기대하게 됐다. 아내가 있는 삶이라는 건 이런 것일까? 꽤 괜찮다... 테츠야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위기감을 느꼈다. 이 안드로이드의 배후를 조사하기는커녕 내가 파악당해버렸잖아! 테츠야는 이 안드로이드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분석하게 둔 무방비함을 자각했다. 왜 문호의 마법사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굴었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디지털 기기에 능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닌자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테츠야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테츠야는 갑자기 찾아온 오한에 양팔을 감쌌다. 닌자, 무서운 존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800자 챌린지

게시물 검색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