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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야타 전자의 사원이자 기계인 닌자가 틱톡에 유통?!
마카로니 23-10-07 23:53 105
아즈마 미카도는 일을 열심히 하는 직장인은 아니었고 그의 모니터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소녀가 주인공인 틱톡 영상이 무한히 재생되고 있었다. 미카도는 미소녀를 사랑하고 숭배하기 때문이었다. 미소녀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성이 화면의 미소녀 비중을 앗아가 미카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으나 그럴 때마다 미카도는 남성이 1%라도 함유된 영상에는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갔다. 그 영상의 진정한 주인공이 얼마나 아름다운 미소녀이든 신경쓰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오늘도 미카도는 처음 보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소녀 옆의 검은 머리 남자를 보고 기계적으로 영상을 넘겼다. 그러나 방금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인지하고 나서는 다시 돌아왔다. 그런 다음 스페이스바를 눌러 영상을 멈췄다. 아무리 뜯어봐도 그 남자는 미카도였다. 정확히는 미카도를 본따 만든 안드로이드였다. 전후사정을 잘은 모르겠지만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소녀가 보급형 아즈마 미카도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보급형 아즈마 미카도의 모델인 기계 닌자 아즈마 미카도는 근무 중에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보며 결론을 내렸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어려운 업무 때문에 고심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었다. 미카도는 그 미소녀의 프로필을 눌러 지금껏 올린 영상의 썸네일들을 보았다. 그 안에는 초가 꽂힌 생일 축하 케이크를 앞에 둔 미카도, 뺨에 블러셔가 발라지고 있는 미카도, 위아래 세트인 연보라색 세라복-하의는 당연히 치마-을 입고 그 아래에 니삭스를 신은 미카도, 미소녀와 최근 유행인 챌린지 댄스를 추고 있는 미카도, 미소녀와 다정히 껴안고 있는 미카도가 있었다. 그 꼴을 보자마자 미카도는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팀원들이 눈치를 볼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자제할 수가 없었다. 사람인 나는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데, 내 얼굴을 한 기계는 미소녀랑 알콩달콩하게 살고 있었단 말야?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냐? 미카도는 예전에 받아서 대충 훑어보고 처박아둔 ‘인간형 안드로이드 기획서’를 신경질적으로 들춰보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 은은한 분노와 명백한 질투에 열이 올라 같은 줄을 여러 번 읽고 헛손질을 연발할 뿐이었다. 결국 미카도는 좀처럼 화내지 않는 상사의 드문 저기압에 바짝 긴장한 부하 직원을 불러 물었다.
A코 씨. 보급형 미카도 말인데, 최종 버전에 ‘그 기능’ 들어갔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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