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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야타 전자의 사원이자 기계인 닌자가 시장에 유통?!
마카로니 23-09-27 00:05 119
1.
아즈마 미카도가 160cm짜리 사람이 거뜬히 들어갈 법한 상자에서 꺼낸 인간형 로봇과 조우한 류 메이는 생각했다. 요새 일본에서는 이런 게 유행이구나. 그 로봇은 아즈마 미카도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섬 바깥에서 온 차이나걸로서는 이런 물건이 기성품으로 제작되어 유통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원래 타국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해하기 힘든 것이니 메이는 그러려니했다. 아즈마 미카도는 대단한 선물이라도 건넨 것처럼 부끄러워하며 넌지시 말했다.

"메이 씨가 잘 써주셨으면 해요."

30대 남성이 10대 여성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를 내밀며 '잘 써 달라'고 말하는 것은 모로 보나 부적절한 행위였지만, 아즈마 미카도에게는 양심과 염치라는 것이 없었고 메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메이는 사람의 피부처럼 적당히 미지근하고 부드러운 로봇의 팔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인간 아즈마 미카도에게는 기계 팔이 달린 자리였다.

"아즈씨는 기계 팔 달았잖아."
"네! 그렇죠."
"근데 왜 로봇은 사람 팔이야? 이쪽이 더 사람같은데?"
"아."

미카도는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낸 후 아무 답도 내놓지 않았다. 류 메이는 그럴듯한 가설을 세웠다. 사실 메이가 처음 만났던 기계 팔을 단 아즈마 미카도가 로봇이고, 방금 받은 게 인간 아닐까? 적어도 육안으로 보기에는, 기모노 깃 위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척추가 얼핏 보이는 닌자 아즈마 미카도보다는 로봇 아즈마 미카도가 더 사람처럼 보였다. 미카도는 짧은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스스로의 존재를 로봇으로 속이고 메이 씨의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할 만큼 무뢰배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 메이 씨에게 제 존재가 익숙하게 느껴지도록 만든 후에, 제가 그 자리를 차지해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려는 것뿐이니까요."

과연 미카도답게 안 하느니만 못한, 타협의 여지 없는, 쓰레기 같은 말이었다.


2.
아카츠키 쿠레하는 아즈마 미카도의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를 보자마자 말했다. 사무소에서 조수로 쓸래. 메이드복 입혀서. 얼굴에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스치고 있었다. 미카도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 하지만 의외로 이런 식으로 페티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조금은 흐뭇한 채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취향이시군요."
"웃기잖아."

아즈마 미카도는 그 말이 그저 부끄러운 취향을 숨기기 위한 말이라고 치부했다. 쿠레하가 알았다면 극히 분노했을 생각이 틀림없었다. 미카도는 수트케이스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쿠레하 앞에 내밀었다. 맨 위에 야타 전자의 로고와, '만족도 조사' 따위의 글씨가 크고 굵게 인쇄되어 있었다. 쿠레하가 항목을 대강 훑어보는 동안 미카도는 자신의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를 흘깃 보고는 말했다.

"저를...이 아니고. 제 얼굴을 한 로봇을 거칠게 다루셔도 힐난하지 않을 테니 모쪼록 잘 써 보시고 사용 후기를 알려주세요. 지금은 프로토타입이거든요."
"오, 자신 있나 보네?"

'거칠게'라는 형용사 앞에 미카도는 '야망가처럼'을 생략했고, 쿠레하는 별도의 수식 없이 사전적 의미만을 떠올렸을 것이었지만 그것은 둘 다에게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카도가 이 말을 함으로서, 적어도 쿠레하에게는 알아야 할 바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미카도는 은밀한 취향을 묻듯, 목소리를 낮춰 만족도 조사 항목에는 없는 내용을 물었다.

"■■ 가능한 기능을 넣으면 잘 팔릴 것 같은가요? 그런 타입으로 정식 출시되면 구입해서 사용하실 의사가 있으신가요?"
"쓰겠냐?"


3.
타카사카 히요리는 아즈마 미카도가 대뜸 어깨에 사람 하나를 짊어지고 나타나자 기겁했다.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임을 알게 되자 안심했다. 그러나 그 로봇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는 다시 경악했다. 아즈마 미카도는 로봇 변신보다 변화무쌍한 히요리의 3단 표정 변화를 즐겁게 관람한 후에야 말했다.

"신제품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필요해요. 매뉴얼을 드릴 테니 규격에 맞게 사용해보세요."
"이게 수요가 있어요? 당신 닮은 로봇을 누가 돈 주고 삽니까?"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히요리는 단신이고 미소녀를 밝히고 심지어는 헛소리까지 하는 한 닌자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야타 그룹에서 이런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가는 야타의 주가와 일본의 국격이 동시에 수직하락할 것이 뻔했다. 일본의 국격은 히요리가 지켜야 할 큰 가치였고, 야타 그룹의 위상 또한 히요리의 일본을 굳건히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히요리 자신의 인권과 안녕이었다. 히요리는 일본의 국격, 야타의 주가, 그리고 히요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안드로이드는 절대 가동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좋아요. 사용 방법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이거 어떻게 끕니까? 스위치는 있을 거 아녜요."

미카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야릇하게 웃었다. 히요리는 그 미소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고,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미카도는 말했다. 찾아보세요. 히요리의 머릿속에서는 한때 일본을 강타했던 유명 애니메이션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아무리 프로토타입이어도. 그럴 리가. 히요리가 혼란에 빠진 사이 미카도는 히요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 떠날 채비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끄는 방법 몰라요. 정 원한다면 당신만 희생하면 돼요. 미카도는 소리내 웃었다. 히요리가 당장 이 흉물 도로 가져가라고 언성을 높일 즈음에 아즈마 미카도는 이미 닌자의 고속기동으로 사라진 후였다. 히요리는 아즈마 미카도가 남기고 간 안드로이드와 말이 그저 질 나쁜 농담이기만을 바랐다.
마카로니

쓰레기같은글 죄송합니다
앞으로 아즈마 미카도와 세션하시는 분께는 강제적으로 쵸비츠 아즈마 미카도를 증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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