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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사부로를 위한 특별 수업
마카로니 24-02-08 01:10 65
사부로는 학교에 가는 대신 부모님이 초빙한,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의 닌자에게 사사했지만 사부로에게 가장 오랜 기간 가르침을 베푼 것은 다름아닌 세토우치 가의 장남, 이치로였다. 이치로는 어느 여름날에 목도로 사부로의 목 옆을 가볍게 누르며 말했었다. 목은 치명적인 급소란다. 작은 칼로 얕은 상처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 수 있지. 마구잡이로 난도질하나, 일격으로 끝내나 결과가 매한가지라면, 후자를 위해 검을 휘둘러야 한다. 사부로, 검의 궤적과 칼날이 스치는 자리를 늘 생각해라. 머리 위로 해가 높게 떠 있었고 길게 이어진 대련 탓에 덥다 못해 뜨거웠다. 사부로는 어깨가 들썩일 만큼 여러 번 심호흡하고는 짧게 물었다. 왜? 이치로는 흐트러지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 번 쓸어넘기며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어떤 혈관은 분수처럼 피가 솟고, 그런 혈관을 건드리면 필시 얼굴이 젖으니까.

이치로는 검과 함께이건 아니건, 언제나 깔끔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 전반에 대해 항상 그랬다. 그에 반해 사부로는 종종 실수했다. 칼날이 피부를 뚫고 뼈까지 부수는 감각을 느낄 때는 이미 늦었다. 사부로는 하얀 머리카락에 빨간 피를 흠뻑 뒤집어쓸 때마다 생각했다. 끈적거리고 비리고 뜨뜻미지근하다. 지금의 감상도 대강 비슷했다. 미안, 실수했어요. 왼쪽 눈 뜨지 마요. 눈에 들어가면 아파요. 유우키가 옷소매로 사부로의 얼굴을 닦아주는 동안 사부로는 가만히 기다렸다. 피가 묻었을 때도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었고 지금도 비슷할 것이었다. 사부로는 유우키의 손에 얼굴과 머리카락을 얌전히 맡긴 채 대답했다. 아냐, 괜찮아. 이런 적 많아.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부딪힐 때마다 입 안으로 묘한 맛이 퍼졌다. 유우키의 손이 잠시 멈추고 사부로를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사부로는 덜 닦인 한쪽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근데 이거 좀 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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