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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리안Jersey&Trunk
마카로니 24-02-01 22:54 49
해리는 손에 생수 병 하나를 들고 방금 막 벤치에 앉은 남자친구에게 다가갔다. 경계 없이 균일하게 햇볕에 그을린 상체는 코너가 어떤 옷을 입고 경기하는 선수인지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땀에 젖은 피부 위로 채 떨어지지 못한 입자가 작은 모래가 거칠거칠하게 묻어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마른 모래나 땀의 소금기처럼 끈적거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코너는 숨을 몰아쉬며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해리는 번들거리는 피부 위로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차가운 생수병을 갖다댔다. 코너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볼 때까지는 무표정했다가, 뒤로 다가온 것이 해리라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코너는 해리를 반갑게 불렀고, 팔을 크게 벌려 껴안으려다가 급히 뒤에 있는 팀 저지를 낚아채 맨어깨 위에 걸치더니 손으로 앞섶을 꽁꽁 여몄다. 해리는 랠리 중 네트 위를 날아다니는 공보다도 잽싼 손놀림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코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뻔히 들여다보였다.

"수영복 한 장만 입고 잘만 뛰어다니더니 왜 부끄러워해?"
"경기 중일 때랑은 다르죠..."

더군다나 해리는 코너가 딱 달라붙는 수영복으로 가린 부분도 이미 차고 넘치도록 본, 코너의 남자친구였다. 보통은 남자친구한테 보여주고, 남들 앞에서 가리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해리의 머릿속에 즉각 떠올랐지만 대학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해리의 남자친구는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해리는 이번에는 코너가 어떤 예상치 못한 말을 할 지 기대하며 다정하게 물었다. 어떻게 다른데? 코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경기 보지, 제 몸에 관심이나 있겠어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엄청나게 많아. 말도 안 되게 많아. 눈에 보이는 부분은 물론이고 수영복 안쪽까지 궁금해하는데?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사람들 관심을 모르는 건 너겠지... 해리는 입 밖으로 튀어나갈 뻔한 말을 겨우겨우 붙잡았다. 코너는 여전히 자기가 지극히 옳은 말을 했다고 믿는 표정을 하고서 해리가 가져다준 물을 마시고 있다. 턱을 타고 떨어진 물이 가슴팍을 타고 흘렀다. 해리는 그 광경을 열심히 눈으로 좇으면서, 경기가 끝나고 코너와 집에 돌아가면 저 옷 같지도 않은 수영복을 당장 벗겨버리겠다고, 그리고 코너가 영원히 인터넷 여론을 확인하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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