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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Dear my overrided branch
마카로니 24-01-29 20:59 38
미야마는 언젠가 이카리 카소타니라는 남자를 만났었다. 잘 알지는 못했다. 그 남자는 미야마에게 육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미야마는 수락하기 전에 그 남자의 뱃속을 헤집어 그 남자가 가진 가능성을 미리 보았다. 그것들은 헤엄치고 있었다. 짭짤한 바다 냄새가 났다.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그렇게 물었을 때 카소타니는 대답했다. 잘 모른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야마는 묻기 전부터 카소타니가 바다에 빠졌던 어떤 날과 그 함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스스로 알든 모르든 그 남자는 바다생물처럼 일했다. 미야마가 쳤던 비슷한 장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미야마는 그 아이가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이카리라는 성을 가진 아이가 미야마와 닮은 얼굴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혹은 어떤 죽음을 죽게 될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긴 시간을 들여 지켜볼 이유는 없었다. 미야마는 카소타니야말로 미야마가 바라는 것을 가장 완벽한 형태로 완성해줄 수 있는 남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통념적 인식과 달리 어머니가 되는 것은 미야마에게는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큰 노력 없이도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 그 아이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나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갈구하고, 그리워하고, 내가 영원히 결핍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미야마는 떠나기 전 자기 것과 같이 옅은 갈색을 띤 솜털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 암시가 그 아이의 인생에 오래오래 남겨지기를 바랐다. 너는 당연히 나를 닮고 나처럼 불행해야지. 죽음으로 도망치면 안 돼. 몇 번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내가 너를 죽음보다 무서운 삶에 던져놓았으니까. 너는 나의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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