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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What volunteer wakes me
마카로니 24-01-21 23:34 58
로제르는 세 번째 악몽에서 깬 후에야 어쩔 수 없이 아나토를 흔들어 깨웠다. 아나토, 일어나. 아나토는 눈을 뜨는 대신 작게 신음했다. 왜... 방금 잠에서 깬 사람의 잠긴 목에서는 평소보다 낮고 형편없이 갈라지는 목소리가 간신히 새어나왔다. 로제르가 꾼 것과는 다른 꿈을 꾼 모양이다. 로제르는 여전히 생생한, 세 번째 이어진 꿈을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자꾸 유령 꿈을 꿔.

따뜻한 캐모마일 차와 자장가와 체온과 규칙적인 토닥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 모든 것을 시도하는 사이 까무룩 잠들었다 깨기를 여러 번 반복한 아나토는 마지막 방법을 제안했다. TV에서 봤는데, 오르가즘은 수면에 도움이 된대. 로제르는 약간 짜증스럽게 받아쳤다. 꿈이 문제라니까. 아나토는 자꾸 감기는 눈을 비비며 의미 없는 대답을 길게 끌었다. 아아... 한 음절이 속절없이 길어지고 나서야 아나토는 방금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하나 더 찾아냈다. 성관계는 영적인 존재를 쫓아내는 효과도 있다던데...

아나토는 로제르의 귀와 목에 차례로 입맞췄고 그 입맞춤들은 언제나처럼 기분이 좋기도 했고 나쁘기도 했다. 팔로 상체를 지탱하고 로제르를 내려다보는 아나토는 배고픈 짐승 같은 소리를 낸다. 로제르는 종종 그게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로제르는 몇 번이고 아나토를 부르려고 했지만 숨이 차서 이름 세 글자를 부르는 것도 종종 끊겼다. 로제르는 아나토의 어깨를 밀어냈다. 아나토가 멈추고 나서야 말할 수 있었다.

이걸로 해결되는 거 맞아? 이유가 뭐야?
더러워서... 였나. 아마 그럴걸.

아나토는 로제르의 질문에 대답하고 나서 물었다. 계속해도 돼?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로제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토는 종종 로제르의 껍데기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로제르의 눈을 보고 있는데 그 안에 로제르의 영혼이 있다는 것은 완전히 잊은 것처럼 보인다. 로제르가 결여된 몸에 대고 욕망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로제르는 이 자리를 떠나는 유령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령보다, 침대 아래 괴물보다 네가 더 징그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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