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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마카로니 24-01-19 22:38 65
있잖아. 아까 묶였다 풀리면 기분 좋다고 그랬던 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상당히 불순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으나 유우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세토우치 사부로다. 남의 눈 앞에서 옷을 벗는 데도 거리낌이 없고 남편 될 사람의 얼굴에 묻은 피를 아플 정도로 세게 문질러 닦는 걸로도 모자라서 아무렇지 않게 욕탕 안에서 유우키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그 세토우치 사부로다. 이렇게 앉게요? 지금은 좀 그런데요. 왜? ...아니에요, 그냥 있어요. 이런 걸로 곤란해질 만큼 어리지 않으니까. 나이랑 상관있어? 맞춰보세요? 누가 못 맞출 줄 알고? 유우키는 방금 전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림도 없다. 지금 뜨거워야 할 데는 따로 있는데 이런 데다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무슨. 키워서 잡아먹는 게 맛이 좋다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 어디서부터 구워삶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유우키는 정상적인 답을 들을 것이라는 기대 없이 대답했다. 무슨 뜻인데요?

"모래주머니 찼다가 벗은 느낌인데?"

그럼 그렇지. 유우키가 속으로만 읊조리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사이 사부로는 가벼워진 다리를 물 속에서 두어 번 첨벙였다. 분명 최근 겪은 것 중 가장 힘겨운 전투 뒤였지만 이상하게 몸이 가뿐했다. 사부로는 몸을 아주 뒤로 기대며 말했다. 아까는 진짜 짜증났는데 그거 수련 되는 것 같아. 다음에 또 하자. 유우키의 가슴에 기댄 맨등에는 교차되어 묶여 있었던 밧줄 자국이 그대로 빨갛게 달아오른 채 남아 있었다. 옷 위로 눌렸어도 자국이 잘 남는 피부 위에서라면 충분히 흔적이 남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와 대조되게 목은 부끄러운 기색 없이 허여멀건했다. 그걸 내려다보면서도 유우키는 공연히 답이 정해진 질문을 물었다.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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