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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마카로니 24-02-26 23:42 69
"네 제삿상에는 꼭 진저에일이랑 열 네가지 영양소가 든 콘X로스트를 올릴게..."
"그게 병문안 와서 할 소리냐?"

아, 그럼... 내 집에서 시체 안 치우게 해 줘서 고마워? 키드는 보호자 침대에 드러누운 지로를 질린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병문안을 온 것이 지로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선물로 들어온 이후 내내 테이블 위에 관상용으로 놓여 있던 과일바구니 맨 위의 사과에 기어코 손을 댄 건 지로뿐이었다. 다들 중상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 키드를 안타까운 얼굴로 내려다봤고, 키드에게 과일을 깎아주면 먹겠냐고 물었다가도 키드가 고개를 저으면 조용히 자리를 떴었다. 키드는 그것이 인간의 기본의 도리라고 설교하고픈 마음을 꾹 눌렀다. 의사는 절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며, 특히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지로가 껍질만 대강 옷소매로 문질러 닦은 사과를 까드득 베어무는 소리가 키드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 나라에서는 보통 환자를 극진히 대접하지 않던가?"
"어어, 그럴 수도 있는데. 우리 집에선 강하게 키워."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키드는 괜히 욱신거리는 배를 짚으며 세워 놓은 침대에 등을 기댔다. 지로는 키드의 옆에 걸터앉아 말했다. 그래도 네 덕분에 잘 해결했어.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지로에게서는 사과 냄새가 났다. 가까이 앉으니 비로소 보이는, 군데군데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으로 보아 아마도 말과는 달리 순탄치 않았을 것이 빤히 보였다. 하지만 키드는 언제나처럼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가벼운 농담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맨입으로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지로는 그 질문에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다 답을 내놓았다.

"뽀뽀해줄까?"
"집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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