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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애정의 이름으로
마카로니 24-02-24 21:09 79
동생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지로는 어쩌면, 동생을 조금은 질투했는지도 모른다. 손윗형제 둘을 제치고 막내가 가장 먼저 결혼하다니 천지가 뒤집힐 일이라고 웃는 나이 지긋한 하객들의 농담 때문은 아니었다. 같은 걸 달고 태어났는데 딸로 키웠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남편을 맞는다니 좋겠다. 내가 더 예쁜데, 차라리 나를 딸로 키워주지. 지로는 한 손에 든 축하주를 홀짝 들이키며 추한 잡념을 지우려 노력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아버지가 아시면 배신자를 들였다고 뒷목을 잡고 쓰러지실지도 모르지만 아마 오늘은 바쁘실 테니 괜찮을 거다. 그래서 지로는 동생의 결혼식에 코우지도 초대했다. 그냥 그러면 좋을 것 같았다. 지로는 에누와 함께 있는 코우지를 향해 사람들을 헤치고 걸어가며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는 게 뭐지? 지로는 할 수만 있다면 신랑과 신부가 손을 잡은 채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결혼식에 난입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색을 옷감에 끌어다 쓰려는 것처럼 화려한 이로우치카케를 걸치고 활짝 웃고 있는 동생에게 묻고 싶었다. 넌 뭐가 좋아서 웃고 있는 건데?

어쩌면 그냥,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왜, 언제부터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그다지, 함께 있는 시간이 부끄러워지지도 않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게 되지도 않고,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서 있는다고 해서 훼방을 놓고 싶지도 않고, 딱히 더 멋져 보이지도 않는다. 애초에 그런 감정이 아닌데 껍데기만 붙잡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로는 남들보다 무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성이 없는 가설은 아니었다. 지로는 코우지의 옆에 멈춰, 코우지의 어깨를 툭 치며 생각했다. 그래도 코하쿠와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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