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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가미출가외인을 배웅하는 장남의 자세
마카로니 24-02-22 22:30 50
미안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일이 어떻게 될 지 몰라 일부러 정말로 필요한 것만 가르쳤답니다. 물론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로서는 그나마 차악을 고른 것이었어요. 만에 하나, 정말로 만에 하나. 그 애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면 자기한테 일어나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아둔한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거든요. 너무 많은 걸 알게 되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역시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봅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이미 하기로 결정된 결혼을 하려고 당신을 이 꼴로 만들 줄은 몰랐는데.

네가 이러면 내가 매제 볼 낯이 없잖니. 이치로는 사부로의 뒤통수를 어거지로 꾹 누르며 함께 고개를 숙였다. 구구절절 하고 싶은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채였다. 사부로는 이치로가 사부로의 남편 될 사람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어하는지는 알지도 못한 채 목에 힘을 뻣뻣하게 주며 반항했다. 이치로, 왜! 이치로는 사부로 쪽으로 미미하게 고개를 돌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속삭였다. 조용히. 동갑내기 손윗처남에게 난데없이 사과를 받는 히메노 씨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느껴졌지만 이치로는 정말로 사과해야 했다. 사부로가 히메노 씨를 말 그대로 난도질한 것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겪어보셔서 알겠지만 칼은 잘 씁니다. 그 외에는 정말로, 정말로 가르친 게 없어요. 특히나 부부의 일에 관해서라면 백지나 다름없답니다. 그 애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 지 몰라 미루다 보니... 무책임한 말인 건 알지만, 이미 데려가기로 했으니까요. 잘 부탁합니다. 어떻게든 책임져 주세요. 여러모로 부족하기만 한 동생이라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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