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리어다머Baby's brother
마카로니 24-02-20 19:33 58
벨 레르다메르의 같은 반 친구인 몰리는 '벨은 아직까지 집에서 베이비라고 불린대!'라는 외침에 숨이 넘어가도록 깔깔 웃은 여자애들 중 한 명이었다. 갓난애도 아니면서 베이비라니! 몰리나 벨 또래의 초등학생들은 하나같이 애보다는 어른 대우를 받고 싶어했고, 그런 만큼 어린이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날 때마다 집요할만치 짓궂게 물고 늘어지곤 했다. 오빠만 그렇게 부르는 거야! 벨은 빨개진 얼굴로 열심히 항변했지만 오히려 웃음소리가 커지는 데만 일조했다. 그때까지 몰리에게 베이비라는 호칭은 그저 성숙하지 못함의 증거였고, 벨처럼 키가 작은 여자아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베이비!

그렇게 부르는 낯선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것은 벨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돌아본 것은 몰리다. 몰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전까지는 벨을 놀려줄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웃음은 벨이 '리어다머'라고 부른 사람을 보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밝은 금발에 선명한 초록색 눈, 아빠보다 큰 키의 왕자님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거기에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앉으니 그제서야 벨과 눈높이가 맞았다. 몰리는 자기도 모르게 가방 끈을 양손으로 꽉 잡은 채 그 궤적을 멍하니 눈으로 좇았다. 체크 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었지만 책에서 본 왕자님보다 더 왕자님이야. 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왕자님은 벨과의 인사를 마치고 이쪽을 돌아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베이비 친구들이야? 안녕. 벨이 이전의 놀림을 생각하고 베이비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투정하는 동안 몰리는 계속해서 곱씹었다. 안녕... 왕자님이 떠나고 벨이 무언가를 걱정하는 듯 몰리를 흘긋거리며 입을 삐죽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베이비라는 말이 전혀 우습게 들리지 않았고, 그래서 벨이 걱정하는 반응을 일부러라도 보일 수가 없었다. 몰리는 공상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벨에게 말했다. 베이비라고 불리는 거, 좋은 거구나...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800자 챌린지

게시물 검색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