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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리안나의 옆집 X새끼들에게
마카로니 24-02-13 23:02 157
A아파트먼트는 외진 곳에 틀어박혀 있고, 하도 오래된 탓에 툭하면 가전이 고장나고, 인근 세대의 소음이 생생히 들리는 등 거주지로서는 형편없는 수준의 건물이었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집세가 저렴했다. 그나마 장점이라고 할 것이 있다면 몇 푼 안 되는 집세를 매달 지불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건물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정도다. A맨션 201호에 2년째 거주하고 있는 B씨 또한 지금껏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맙시다' 내지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조용히 해주세요' 따위의 불편한 쪽지를 남의 집 문 앞이나 계단 옆 벽에 붙이지 않고도 평화롭게 살아왔다.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202호에 게이 커플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분명 그럭저럭 괜찮았었다. 지금은 그 때가 어땠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옆집과 붙은 벽을 주먹으로 내리친 B씨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옆집 문에 붙여둘 18번째 쪽지의 서두를 짐승 같은 새끼들아, 라는 문장으로 열었다가 죽죽 그어 지웠다. 몸싸움으로 이기기에는 옆집의 금발 남자는 너무 거대했다.

처음 두어 번의 쪽지 이후로 신음소리를 참아주는 것은 정말정말 고맙기는 하다만은 B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옆집 게이 커플이 1주일에 7회 미만, 그게 힘들다면 하루에 2회 미만으로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낡은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B씨에게 옆집 커플이 그 짓을 얼마나 오래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202호와 벽을 맞댄 세대는 201호뿐이었기에 이것은 오로지 B씨만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런 남사스러운 사안을 근처의 이웃에게 말해봐야 관음증 환자로 몰리기만 할 것 같아 B씨는 다른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 채였다. B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앞집 문에 불만을 적어 붙여두는 것뿐이다. B씨는 섹스를 하든지 싸우든지 둘 중 하나만 하면 안 되겠냐는 문장을 쓰다 아예 종이를 구겨 버렸다. 이름도 모르고 둘 중 한 명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옆집 커플에게 매일같이 섹스 피드백이라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B씨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생각했다. 나 같으면 그냥 안 하겠다, X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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